정부, 보완책 없이 금산분리 완화에 우려 확산

입력 2008-10-14 08:22 수정 2008-10-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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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적인 규제 완화 불구 감독체계 미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은행주식 보유규제 및 금융지주회사 제도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4일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입법 예고안에 따르면 먼저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보유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확대된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 지분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재벌의 은행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나아가 산업자본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산업자본이 사모펀드에 출자한 지분이 10%만 초과해도 해당 사모펀드를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던 기준을 30%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부 '금산분리' 무리한 가속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당초 정부가 밝혀왔던 '단계적 완화'보다 그 완화폭이 훨씬 크고 시기도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금융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금융위의 입법예고안에는 극단적인 친재벌 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며 "이대로 관철될 경우 유래없는 금융 안정성의 파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한 재벌의 불법적 소유구조를 그대로 보장하고 있다"며 "은행까지 재벌에게 넘겨 금융산업 전체를 재벌의 전횡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현실화될 경우 자칫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업은 투자업과 달리 시스템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국가적 차원에서 예금보험제도로 보호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처럼 은행이 많은 나라와 달리 은행 한곳에만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현격한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미국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은행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외환은행' 시간문제

더욱 심각한 것은 해외은행의 산업자본 해당 기준도 완화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해외 은행이 보유한 비금융회사 자산이 2조원이 넘을 경우에는 산업자본으로 규정했지만, 앞으로는 해외 은행의 대주주가 산업자본이 아니면 국내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비금융주력자인 투기자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처럼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제2, 제3의 외환은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사전사후 감독 강화가 미진한 것도 문제다. 정부의 철저한 감독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는 감독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더불어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법의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봐주기식' 재판을 자행해 오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최근 삼성 및 론스타 관련 재판에서 경험했듯이 위법 행위도 합법으로 인정되는 한국사회에서 사전사후 감독 강화는 그저 하기 좋은 말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가 뒤늦게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금융산업의 리스크를 키우며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정부는 금산분리 철폐와 다름없는 대폭적인 규제완화 방침을 철회하고 보다 철저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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