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지금의 청춘은 살아내고 있다. 아침 신문에 취업을 포기한 20대의 증가 폭이 역대급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뭐 그래도 우리 때보다 더 힘들겠어…? 그땐 전두환이하고 목숨 걸고 싸웠는데…. 요즘 애들이 나약해 빠져가지고.” 어디 가서 제발 이런 소릴 하지 마시라. 꼰대 아재에 늙은이 하품하는 소리로 들려 대접도 못 받는다. 어느 시대건 동일한 무게의 고민과 어려움이 청춘의 어깨에 놓여 있는 법이다. 괜한 위로랍시고 뻔한 말 하지 말고 정히 도와줄 게 없으면 지갑을 열어 현금으로 찔러 주는 게 그나마 대접받는 상책이다.
영화 ‘변산’도 이준익 감독이 그렇게 슬쩍 티 나지 않게 청춘을 위무하면서 젊은이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아주는 영화다. 출세하고 싶어서 애초에 고향을 등진 학수(박정민)는 서울에서 밑바닥을 박박 기며 살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지만 상경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처럼 그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멋진 가수 래퍼가 되는 거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정말 때려쳐야 하나 하는 순간에 절대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고향과, 고향의 아버지가 그를 느닷없이 소환한다.
한순간도 위로도 되지 않았던 고향 변산. 너무나 가난한 폐항이라 보여줄 것이라곤 노을밖에 없다며 자조했던 그 지긋지긋한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학수는 옛 친구들을 만나면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곳 변산에서 서울에서 지칠 대로 지친 학수는 조금씩 힐링을 하며 잊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다’던 고향 변산의 힘이었다.
사극영화 ‘박열’, ‘동주’에 이어 청춘 3부작을 ‘변산’으로 마무리한 천생 이야기꾼 이준익의 섬세하지만 힘 있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인생, 그까이 꺼 기꺼이 살아주마” 오랫동안 막일로 삶을 버티면서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 ‘변산’ 시나리오를 쓴 절친의 카톡 프로필에 새겨진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