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20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먼저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11.6% 감소한 90만3371대에 그쳤다. 분기판매 100만대를 하회한 것은 지난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시장이 코로나19 여파 탓에 공장가동 중단은 물론 판매점 영업 축소 및 중단사태를 겪은 탓이다.
그런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우호적 환율과 제품 개선 효과"라고 분석했다.
◇판매 줄어도 매출은 증가…이유는 기타매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25조3194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도 4.7% 증가한 8638억 원에 달했다. 환율효과와 1대당 판매가격이 높은 SUV 및 고급차 제네시스 판매증가가 1분기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경상이익 7243억 원 △당기순이익 5527억 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
애초 금융투자업계 전망은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3월 11일) 이후 주요 증권사는 현대차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와 -13%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한 배경으로 기타 매출을 꼽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감소에도 환율과 영업마진 상승으로 실적을 방어했고,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 합작법인과 관련한 약 1000억 원의 기타 매출이 발생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앱티브 합작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1분기 순이익은 5527억 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42.1% 감소했다.
◇코로나19 쇼크 2분기에 본격화 우려=코로나19 여파는 2분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 시장 산업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국내 공장의 수출물량 감소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국내공장 가동률 유지 및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수출물량 감소를 내수모델 생산 확대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날 컨콜에 나선 IR담당 구자용 전무는 “1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글로벌 산업 수요가 24% 감소했다. 3월에는 감소 폭이 40%까지 늘었다”면서도 “내수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출시 영향으로 3월 산업 수요가 10% 증가하며 연초 부진을 상쇄했다”고 말했다.
구 전무는 이어 “내수시장에서 뉴 그랜저와 제네시스 GV80, G80 등 신차 중심의 판매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GV80과 G80, 현대차 아반떼와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의 국내 대기수요가 약 12만 대에 달하는 만큼, 내수시장 출고적체를 해소함과 동시에 수출물량 감소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수출물량 조절 불가피한 상황에 생산물량을 내수 중심으로 변화시켜 수익성에 낼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적의 운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순위 따져 투자전략 재검토=유동성 우려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현대차는 "2분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생산하지 못한 물량이 자동차 2분기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유연한 생산체계와 안정적 부품 공급 위한 다양한 활동, 온라인 신차 론칭, 비대면 판매 채널 구축 등 고객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위기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도 내놨다.
현대차는 “1분기 말 현재 자동차 부문에 11조 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요급감을 가정해도 연말까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위한 유동성 관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