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외화예금은 한 달 새 70억 달러 가까이 급증해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통화별로는 달러화와 유로화, 파운드화 및 호주 달러화를 포함한 기타통화 증가폭이 컸다. 주체별로는 기업 증가폭이 65억 달러를 넘어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에 해외주요지수가 급등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해외 파생거래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증거금 요구(마진콜)에 증권사를 중심으로 달러를 조달했고, 일부 회수한 마진콜 자금을 당장 운용에 쓰기보단 상황 변화를 주시하면서 예치금으로 놔뒀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 말보다 67억8000만 달러 증가한 75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며, 2018년 11월(69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체별로 보면 기업은 65억1000만 달러 확대된 593억5000만 달러로 2017년 10월(84억7000만 달러)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개인도 2억7000만 달러 늘어난 159억4000만 달러를 보였다.
거주자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에 빗대 제2의 외환보유액 내지 민간 외환보유액이라 불린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예금은 59억2000만 달러 증가한 64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또한 2018년 11월(59억3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크게 는 것이다.
유로화는 5억5000만 달러 늘어난 36억5000만 달러로 2018년 7월(6억7000만 달러)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화 등 기타통화도 1억3000만 달러 증가한 16억 달러를 보였다. 이 역시 2018년 3월(3조7000억 달러)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위안화는 1억5000만 달러 늘어난 13억9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이 또한 2019년 5월(2억9000만 달러) 이후 최대폭 증가다. 엔화는 3000만 달러 확대된 4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윤경수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증권사에서 단기자금 예치가 늘었다. 지난달 해외주가 관련 시장에 혼란이 있었고, 증거금으로 나갔던 부분이 회수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마진콜로 인해 증권사들은 원화자금을 팔고 달러를 마련했고, 이게 다시 환수됐다. 대출금을 상환한다거나 운용하기보단 예치금으로 놔둔 것이다. 다양한 글로벌 상품에 투자하다 보니 달러화나 유로화, 기타통화 증가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면 개인의 외화예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환율이 급등락하다 보니 달러를 매수하거나 차익실현하려는 욕구가 양방향으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4월은 급한 불을 끄며 지난달보다 안정되는 상황이다. 거주자외화예금 추이를 예측할 수 없지만 전달보다 불안감이 가라앉은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3월 말 원·달러 환율은 전월 말(1213.7원) 대비 3.7원(0.3%) 상승한 1217.4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2월(1236.7원)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말잔기준으로는 1월 35.4원(3.1%), 2월 21.9원(1.8%) 급등 대비 상승폭을 크게 줄인 모습이다.
이 밖에도 은행별로 보면 국내은행은 66억5000만 달러 증가한 642억9000만 달러를, 외은지점은 1억3000만 달러 늘어난 110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