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크게 영향받았다고 볼 수 있는 활동군이다. 어찌 보면 전 세계가 온라인 교육이라는 거대한 실험을 진행하게 된 것인데, 이 과정을 끌고 가야 했던 위치에서 필자가 직접 느끼고 겪었던 것을 바탕으로 교육공간에서 혁신이 흘러갈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평생을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필자는 학교가 문을 닫을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뉴욕에 위치한 필자의 대학은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문을 잠그는(lockdown) 방침을 시행하기 전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했다. 평생교육이라는 비전으로 온라인 교육을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단기간에 실행하는 상황이 결코 쉽지 않았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머지 학기를 끌고 가는 것은 더욱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대규모 온라인 전환 초기에는 사실 학생들보다 교수들에게 더 변화가 요구됐다. 화상 대면 플랫폼들이 인터넷상 동시 수업을 진행하는 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으나, 강의 내용과 수업 전달 방법을 인터넷 수업에 적합하게 고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진행된 경험은 교수들에게 온라인 강의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직접 뛰어들고자 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많이 접했던 불만은 온라인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지식 교환이 어려운 점이 아니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 간의 상호 교환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현 플랫폼에 어느 정도 이런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 충분하지 않기에, 이 부분을 증진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벤처를 생각해 볼 만하다.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의 불만은 사실 학생 쪽이 더 컸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 얼마 안 되어 학생들은 수업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예술 교육을 하는 학부에서 그 요구가 컸는데, 이유는 당연히 온라인이 사람 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 공간, 도시의 활력과 커뮤니티, 인프라와 상대하며 증대되는 창의성과 체험적이고 역동적 배움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코로나 전까지 필자의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나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나 수업료가 똑같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까지 별 이슈 없이 진행되었던 이 가격 시스템이 무너지고, 이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훨씬 저렴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교수의 강의 대가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동시 진행(synchronous) 온라인 수업은 비용이 절대 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학들이 이전 수업료를 고수하기 위해 기존의 수업 교육 형태와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상황이다.
사실 10여 년 전에 대학들은 세컨드라이프 (second life) 등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교육하고 교육받는 시스템을 진중히 테스트했었다. 그러나 이런 실험과 노력이 별 호응 없이 곧 사라졌는데 다시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 강의가 교육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을진 아직 의문이지만, 코로나 이후 대학은 어쩔 수 없이 가상공간에서 인간의 상호관계를 높일 수 있는 기술과 벤처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