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코로나 사태와 중국의 제4차산업혁명 전략

입력 2020-04-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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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저마다 방역대책과 경기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가운데 외신에서 특히 주목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지난 3개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피국가로 낙인찍혔다가 코로나 쇼크를 가장 잘 수습하고 있는 모델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방역대책 최우수 국가로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로 눈총 받던 중국도 우한사태를 잘 넘기고 감염대응 원조국으로서 격상됐다.

이제 세계 뉴스의 중심은 서서히 경기대책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의 행보는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로 얼마나 타격을 받았고, 어떻게 재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가 첫 번째 관심거리다. 코로나 쇼크 이후에도 더욱 심화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도 또 다른 관심 사항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 생산, 투자 지표 모두가 휘청거렸다. 중국은 1분기 최악의 국면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경기 부양책을 강력하게 시행할 태세다. 중국 정부는 투자에 의한 경기부양, 일대일로 등 글로벌 사업 강화, 코로나 이후 새로운 경제사회 실현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후나바시 요이치 아시아 퍼시픽 이니셔티브 이사장(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코로나 사태로 생겨난 새로운 ‘비접촉 경제사회’에 대응하는 중국의 행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점에서 중국이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 차이나데일리,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연일 신기술·서비스 관련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등을 이용한 감염자 추적, 소독, 배달, 체온검사, 원격통신에서 다양한 방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건강상태와 여행경력에 따른 개인마다의 바이러스 노출 정도를 즉석에서 표시하는 QR코드를 도입했다. 이것이 녹색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직장과 빌딩에 들어갈 수 없다. 위챗은 열차와 비행기에서 감염자와 접촉이 있었는지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감염 리스크 탐지 앱을 개발했다. 도시에 따라서는 지하철 승차에 맞춘 실명등록제와 예약승차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5cm 이내에 있으면 매초 15명까지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알리바바 계열 연구소인 달마원은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20초 이내에 판독할 수 있는 AI 영상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화에 의한 건강 확인 서비스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이전에 200명에 대해 5~7시간 걸렸던 작업이 단 5분으로 줄었다. 격리된 환자에게 약과 음식을 보내주는 무인 운반 로봇과 드론에 의한 감시, 체온검사, 소독도 우한시를 비롯해 여러 오염지역에서 도입하고 있다. 물류기업들은 병원 등에 무인 배송차로 배송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 쇼크 이전부터 온라인 진료업체인 위드닥터가 24시간 대응하는 무료 온라인 문진(問診)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병원에 가기 꺼리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진료 보급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딩딩’으로 불리는 새로운 텔레워크 서비스를 중국 국내 기업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만 개 회사에 무상으로 공급했다. 현재 1800만 개 기업에서 3억 명 이상이 텔레워크(리모트워크)로 일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도 이번에 신학기가 연기됨에 따라 중국 교육부가 사업자와 공동으로 전국 규모의 클라우드 학습 플랫폼을 띄웠다. 초중고생 1억8000만 명이 네트워크 수업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경제 재성장을 위해 모색하고 있는 ‘철의 커튼(iron curtain) 경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베이징에 있는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학 의학원을 둘러보며 “감염증에서의 최종 승리는 과학기술뿐”이라며 바이오제약, 의료기술 등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를 세계 패권의 큰 기회로 삼고 있는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긴장감 있게 읽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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