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직면하게 될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하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각국 정부는 현재 코로나19로 멈춰버린 경제 정상화와 사업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리더들은 지금의 경제활동 재개 과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뉴 노멀에 적응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CEO들은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칠 코로나 사태에서의 탈출은 비연속적이고 취약하며 부분적인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은 앞으로 빈번해질 체온검사와 코로나 항체 유무를 조사하는 혈액검사, 종업원과 고객에 대한 감시 확대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침울한 세계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WSJ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종을 울렸다.
특히 정부 관리나 기업 경영진 모두 최소 1년 후에나 이뤄질 백신 개발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완전한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달 코로나19 위기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 억제했다는 인식으로 상하이 디즈니리조트의 일부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랜드로의 여행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었다. 상하이 리조트 투숙객은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으며 영업시간과 볼거리를 즐길 관람객 숫자가 제한했다. 입장하려면 체온검사는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중국 정부의 건강관리 앱 QR코드를 제시해야 했다.
기업의 업무 환경도 상하이 디즈니랜드처럼 막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일부 업체는 사무실 직원을 교대로 출근시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레스토랑은 당분간 전체 좌석의 절반만 영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식당 좌석 사이에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화장품이나 옷 가게는 고객이 제품을 시험해보고 나서 바로 소독에 나서는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항공사들은 여행에 대한 고객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이 2주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항공사 최고 고객들과 조종사들은 다시 항공 여행을 안심하고 즐기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가 기내 위생관리라고 답했다. 이에 아메리칸항공은 기내 소독 횟수를 늘리거나 탑승 시나 비행 중 승객의 접촉을 제한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 주요 항공사는 아예 탑승객에게 사전에 체온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공장의 생산동선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1교대와 2교대 근로자들이 서로 만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정하거나 점심시간에 혼잡을 피하기 위해 사내식당이 아니라 아예 교대로 자신의 차 안에서 식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공장 가동을 재개할 때 근로자 간 거리를 확보하고자 아예 조립라인 속도를 평소보다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전국 공장에 워킹스루 체온 스캐너를 설치해 고열이 있는 근로자는 아예 집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헥터 곤잘레스 타이슨 미국 인적자원 부문 대표는 “팬데믹이 끝나도 체온 스캐너를 그대로 둘 것”이라며 “이는 종업원이 감기와 독감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공상과학(SF)소설처럼 들리는 계획도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을 ‘바이오돔’처럼 폐쇄된 생태계로 구축해 30개 전 구단이 무관중으로 개막전을 치른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전 CEO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며 “기업들은 모두가 면밀히 검사를 받는 것이 요구되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