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야. 음소거 해 놓은 것 맞니? 자꾸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데…"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 교실. 16일 사상 첫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을 한 오전 9시 30분, 원격으로 새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을 만난 22명의 초등학생은 각자의 화면이 켜지자 일제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손자 도와주려던 할머니, 낯선 온라인 수업 = 시작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맞벌이 가정의 조부모가 '원격수업 도우미'를 자처했지만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학생의 할머니가 손주의 컴퓨터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직접 해결하고자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할머니는 수업 내내 "소리가 왜 안 들리지?", "이거 소리 나오는 거 맞아?" 등을 연발했고, 고스란히 교사의 영상을 통해 전달됐다.
결국 송미경 담임교사는 쉬는 시간에 해당 학생과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도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송 교사는 할머니가 줌에서 스피커 설정을 바꾸는 법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 매번 전화를 걸어 상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도배'에 '하품'까지 면학 분위기 사라진 화상 교실 = 온라인 개학에 앞서 교육당국이 신경 쓴 '온라인 에티켓'(네팃켓) 준수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송 교사는 ‘인터넷 수업 예절’ 자료를 띄운 화면을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채팅에서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첫 온라인 수업이 신기한 학생들은 수업 도중 채팅 창에 'ㅇㅋ', 'ㅇㅇ', 'ㅋㅋㅋㅋㅋ' 와 같은 인터넷 채팅 용어 등을 반복해서 쓰는 이른바 '도배행위'를 지속했다.
송 교사는 "교실에서는 여러분이 무엇을 하는지 (선생님이) 볼 수 있지만, 원격수업에서는 볼 수 없다"며 "몰래 게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는 친구들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하기도 했지만, 연신 하품을 내뱉는 학생들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원격 수업 방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의 불참 사태도 벌어졌다. 전용재 교장은 "개학식에 불참한 5명은 혼자 줌에 접속을 못 했거나 개학식을 잊고 1교시 수업 채팅창인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산초는 실시간 쌍방향뿐만 아니라 과제 제시형과 단방향 학습콘텐츠 활용형 수업을 병행해 운영할 예정이다.
김경미 용산초 교무부장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시간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다만 접속량 과다로 인한 오류를 막기 위해 학년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시작 시각을 분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