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로 화상회의 앱 ‘줌(ZOOM)’ 사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갑자기 자사 화상회의 앱 ‘팀스(TEAMS)’의 인기를 과시하고 나서면서 양사의 신경전이 부각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S는 지난주 팀스의 인기도를 담은 문서를 회사 블로그에 두 차례나 게재했다. 9일에는 팀스를 사용한 하루 회의시간이 3월 31일 시점 28억 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그 2주 전보다 20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화상회의 수가 3월에 1000% 이상 늘었다고도 했다. 그 발표가 있기 사흘 전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의 보안을 강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서는 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나 누가 봐도 줌을 견제한 행보였다고 WSJ는 지적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줌의 화상회의 서비스는 누구나가 다 아는 제품이 됐고, 모든 라이벌 기업들에는 타도해야 할 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MS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나선 시점은 줌이 보안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였다. 그 며칠 전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보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의 브래드 젤닉 애널리스트는 6일 보안 우려와 과대 평가된 주식을 이유로 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그러면서 “MS의 팀스가 장기적으로는 줌의 가장 큰 경쟁 상의 위협”이라고 했다.
위안 CEO도 적극적으로 줌의 이미지 회복에 나서고 있다. 줌은 지난주 다양한 보완 사항을 발표하면서 페이스북의 전 보안책임자인 알렉스 스테이모스를 외부 자문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모스는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를 둘러싸고, 페이스북과 줌을 포함해 IT 대기업들을 자주 비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MS가 이번 줌에 대해서처럼 라이벌을 견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S는 팀스의 이용자 수를 자주 자랑했는데, 그때마다 라이벌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MS가 팀스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하자, 당시 한창 경쟁하던 슬랙테크놀로지 주가가 하루 만에 8%나 폭락했다.
MS는 라이벌 기업을 모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MS는 9일 팀스의 회의 장면 배경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MS의 한 임원은 IT 업계 전문지 ‘버지’에 “팀스의 화상 통화 화면에 4명 이상의 참가자를 한꺼번에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WSJ는 이런 것들이 모두 줌의 가장 잘 알려진 기능을 모방한 것이라고 했다. 줌은 2013년부터 회의 참가자를 볼 수 있는 ‘갤러리 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WSJ는 “모방은 진정한 찬사이기도 하다”며 MS의 행태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