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의 온라인 개학이 대혼란에 빠져 있다. 학생도, 학부모도, 현장의 교사도, 교육부도 심지어 이미 온라인수업을 하고 있는 대학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에 5분을 집중하지 못하는 초등 1, 2학년 어린이들을 PC 앞에 잡아두는 것도 어렵다. 중고생도 얼굴은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실은 옆에 스마트폰을 두고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화상강의에 익숙하지 않는 교수나 교사도 모니터 보고 설명하는 수업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부모가 맞벌이하거나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다문화가정의 부모는 한글이 약한데다 ICT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자녀들을 온라인강의에 집중시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부재한 가운데 초등학생이 PC를 켜고 온라인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불행한 사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도 12년전에 학교에 이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투입된 적이 있었다면 어떨까.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심지어 교장의 95%가 그 프로그램의 지속과 확산을 요청했는데 정작 교육부와 문체부가 이를 외면했다면 씁쓸하지 않는가.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G러닝이라 불린 ‘게임 기반 학습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이 좋아하는 게임을 기반으로 학과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G러닝은 2009년 전국의 12개 학교에 이어 2011년에는 경기도에도 투입되어 그 진가를 보여준 적이 있다. 경기도 22개 시군 소재 42개 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G러닝 수업이 그것이다. 방과후 수업에서 수학과 영어를 G러닝으로 배운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 후 영어 성적이 평균 23점 향상되었고, 수학은 13점이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약진이었다. 상중하로 나누어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 결과, 상위권 학생들은 11%가 오른 반면, 하위권 학생들은 214%가 향상되었다. 수학도 상위권은 5% 향상에 그쳤지만 하위권은 90%가 올랐다.
G러닝은 성적 향상에만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학교를 진행한 서울 발산초 교사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였다. 첫 주를 지켜본 4학년 수학교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니 기적 같네요”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이 가지고 있던 몰입성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가진 기본 요소는 경쟁과 협조이다. 게임은 승리하기 위해 길드(게임 내 팀) 유저들과 협력해야 하고 또 다른 길드와 경쟁해야 한다. 초중고 학생들이 이미 일상적인 생활에서 그리고 자신의 문화에서 익숙해져 있는 게임의 경쟁과 협조를 기반으로 학습을 설계하자 놀라운 집중력과 학습성취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G러닝은 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질곡 속에 5년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정부 공무원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사업이 아무리 각광을 받더라도 그 성과는 자신이 아닌 전임자에게 돌아가기에 정부 공무원은 전임자의 사업을 가능하면 빨리 정리하려고 한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G러닝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굳이 G러닝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도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었다. 사교육시장의 동영상 강의, EBS 강의도 있었고 대학의 플립러닝이나 무크 강의도 존재했다. 문제는 그런 교육 혁신의 흐름을 교육부나 관련 부서, 교육현장이 외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 나라라는 우리들의 자조가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교육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항상 미래의 싹을 잘라버리고 막상 일이 터지면 허둥지둥 핑계대기에 바쁜 나라, 이제는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