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대규모 기술수출의 성과를 차근차근 거둬들이고 있다. 업계 1위에 걸맞은 연구·개발(R&D) 투자와 동시에 주춤했던 수익성까지 확보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이달 들어 기술수출 신약후보물질의 기술료와 계약금으로 총 4500만 달러(약 555억 원)를 수령했다.
유한양행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의 비임상 독성시험이 완료되면서 계약금의 잔금 1000만 달러(약 123억 원)를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7월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 체결 당시 유한양행은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 중 1000만 달러를 비임상 독성시험 완료 후 수령하기로 했다.
YH25724는 NASH의 두 가지 약물 표적인 GLP1 수용체와 FGF2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전임상에서 지방간염 해소 효과와 항섬유화·항염증 효과를 모두 확인했다. 양사는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1차 기술료 3500만 달러(약 432억 원)도 받는다고 8일 공시했다.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JNJ-61186372 병용요법에 대한 본격적인 임상 개발이 확정된 데 따른 기술료다.
레이저티닙은 오스코텍에서 도입한 EGFR 돌연변이 표적 항암제로, 2018년 11월 1조4000억 원 규모에 미국 얀센바이오테크로 기술수출됐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잇따른 기술수출 수익 유입은 유한양행과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YH25724는 초기 단계에 기술수출이 이뤄지면서 주목도가 낮았으나, 지난해 NASH 관련 전 세계 기술수출 사례 가운데 3번째로 큰 계약으로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았다. 레이저티닙은 ASCO에서 공개되는 임상 결과에 따라 국내 조건부 허가 신청이 가능해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한양행은 R&D 성과로 수익성을 확보하며 이를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기술료와 계약금은 지난해 영업이익(125억 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주력하는 대형 병원의 전문의약품(ETC)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수출 수익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2017년 처음으로 연구개발비 1000억 원을 넘긴 유한양행은 매년 투자 금액과 매출 대비 비율을 늘리며 R&D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치인 2000억 원을 쏟아부어 R&D 중심 제약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진척되면서 지속적인 기술료 유입이 기대된다"며 "올해는 실적 개선과 R&D 모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