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10일 지주 이사회를 열고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이 한국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방식은 Locked-box 구조로, 2019년 12월 31일 기준 대상회사의 기초 매매대금(2조2650억 원)과 거래종결일까지의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750억 원)을 합산해 지급하게 되며, 해당 매매대금은 거래종결일까지의 사외유출금액(leakage) 등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거래종결일에 보다 낮은 금액으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내도 K-ICS(新지급여력제도)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될 예정임에 따라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보유한 생보사의 경우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최고의 자본적정성과 우수 인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금융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3500여만명 고객에게 든든한 우산이 되겠다”고 말했다.
◇생보 자산 규모 30조 원대로 껑충…리딩뱅크 탈환 준비=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1등 금융그룹의 왕좌를 탈환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생명보험 부문을 대폭 보강할 수 있게 됐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규모 21조원으로 업계 11위, 순이익 기준으로는 업계 6위에 해당하는 알짜 보험사로 꼽힌다. 특히 지급여력(RBC)비율이 국내 생보업계에서 유일하게 400%대로 높아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0조 원에 못 미치는 KB생명에 푸르덴셜생명이 가세하면 자산 규모가 30조 원대로 늘어나 업계 10위권 생보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그룹과의 ‘리딩 금융’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917억 원 차이로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1408억 원)을 감안하면 푸르덴셜생명 인수만으로 KB금융이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다만 신한금융도 올해부터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2715억 원에 달하는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을 모두 신한금융 실적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양사는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한층 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규모 키우기' 아냐…추후 과제는=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업력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다만 푸르덴셜의 영업력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10월 월간 초회보험료(보험 첫 계약 후 납입한 보험료)는 오렌지라이프 약 1900억 원, 푸르덴셜생명은 약 140억 원 수준이다. 초회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면에서 푸르덴셜생명의 수치는 크게 떨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은 자산규모 기준으로는 업계 중위권이지만 신계약규모로는 업계 하위권 수준"이라며 "이마저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고 해도 영업력의 급격한 성장 효과는 누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같은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의 제3보험(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공통영역) 시장을 둘러싼 위치 선점도 과제로 꼽힌다. 그간 KB생명은 종신, 저축성보험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왔다. 보장성보험에 주력하는 계열사 KB손보와 제3보험 시장 중복을 방지하기 위한 KB금융의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생명보험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룹 내에서 손보와의 역할을 어떻게 재분배할 지 관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종신보험 시장이 죽어가면서 제3보험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KB생명과 손보의 그룹간 보험사간의 경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