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자 14만여 명이 보유한 주식자산 5000억여 원이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장사 상당수가 올해 감사의견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개선기간이 종료돼 다음달 중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은 에스에프씨, 바이오빌, 크로바하이텍, KD, 하이소닉, 코다코, 에이씨티, 바른전자, 에스마크, 이엘케이, 포스링크, EMW, 피앤텔 등 13개사다.
이들 회사의 시가 총액은 거래정지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모두 7644억 원으로, 소액주주는 14만6902명으로 집계됐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기업별로 2.4~94.29%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총액 중 개미 몫은 5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업들은 오는 21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ㆍ의결한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 기업 중 올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기업은 코다코와 바른전자 2개사뿐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10개사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에이씨티는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기업 중 EMW, 바이오빌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장폐지를 일단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MW의 경우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적격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로바하이텍 금융당국에 코로나로 인해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진다며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투자자들은 속이 탄다. 2018년 10월 11개 상장사가 ‘무더기 상장폐지’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거래소 등은 지난해 상장폐지를 1년 유예할 수 있도록 개선기간 부여 규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효성은 크지 않았던 셈이다.
상장폐지 위험은 이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장폐지ㆍ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 중인 기업은 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거래가 정지된 회사는 코스피 16개, 코스닥 92개, 코넥스 8개로 총 116개다. 이중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총 84개사로 72%에 달했다. 이밖에 △투자자 보호(12개사) △사업보고서 미제출(1개사) △회생절차개시신청(2개사) 등이 거래 정지 중이다. 단순 주식 합병 및 분할(12개사), SPAC 합병(3개사) 등이 절차적 이유로 거래가 정지 된 곳은 13%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