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우려와 걱정을 쏟아냈다.
10일 교육현장에 따르면 전날 중3ㆍ고3을 대상으로 시작된 온라인 개학은 시스템 불안정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 등 학습사이트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영상이 끊기는 일도 잦았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지 기술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수업의 질’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3과 고3 자녀를 둔 강민지(52·가명) 씨는 "중3 아이의 경우 출석도 인터넷 댓글로 하고, 그 외에는 카카오톡으로만 선생님과 교류하더라"며 "카카오톡이 보편적인 소통방식이긴 하지만 상호작용이 없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다수 학교는 실시간 수업이나 자체 영상 제작이 쉽지 않아 쌍방향이 아닌 EBS 영상에 의존하는 상태다. 온라인 개학 첫날 역시 단방향 형식의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학교들이 많았다.
중3 자녀를 둔 최이영(48·가명) 씨는 “모든 수업을 EBS 영상으로 들어야 했다”면서 “영상만 나오니까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았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출석 체크만 하고 수업은 안 들어도 된다’고까지 말하더라”며 아쉬워했다. 수업 마지막에 퀴즈만 풀면 출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EBS 영상을 다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결국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고3 학부모 오선영(50·가명) 씨는 “쌍방향 강의를 하면 귀찮으니 EBS만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이런식이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 첫날 원격수업을 집이 아닌 스터디카페나 학원 등에서 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서울·수도권 일대 일부 학원들은 학생들이 학교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새벽부터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맞벌이 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학원에서 원격수업을 잘 들을 수 있게 관리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 원격 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하는 일부 학원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일부 학원이 온라인 개학 후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하는 식으로 원생을 모집하겠다고 밝히자 교육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는 "(학원을 단속하기 전에)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학교와 학부모, 교육당국이 소통하고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