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국면을 이용해 전략비축유를 대폭 늘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 수년간 원유 비축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중국 국영석유기업 CNPC 산하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원유 사용량의 72%를 해외에서 수입했다. 중국이 국내에서 1억9100만t의 원유를 생산했는데 연간 소비량의 30% 미만에 불과했다. 해외 의존도가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원유 해외 수입 의존도는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워왔다.
이에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년간 비축유를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 중국은 특히 올해 말까지 8500만t의 비축유를 확보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놨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략비축유에 목이 마른 중국에 국제유가 폭락은 더할 수 없는 호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한 데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불발로 유가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지난달 국제유가는 18년래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산유국을 중심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중국에는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왕 리 중국 상무부 연구원은 지난달 국영 언론을 통해 “중국은 초저유가의 호재를 놓쳐서는 안된다”며 “유가가 다시 급등하기 전에 전략비축유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정보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3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4490만t으로 전달 3980만t에서 대폭 늘었다. 레피니티브는 4월 수입량은 3월분을 더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3월에 사들인 원유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과 맞먹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작동을 멈추고 대부분 산업이 죽을 쑤고 있는데도 원유 수입량을 대폭 늘린 셈이다. 3월 중순 중국에서 하루 전력량은 코로나19 이전의 80%에 불과했다. 항공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CNN은 전략비축유 확보뿐만 아니라 중국이 포스트 코로나19를 전제로 더 많은 원유 확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봉쇄됐던 도로 위를 자동차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원유 수요도 급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초저유가 시대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플러스(+)는 9일 화상회의를 열고 국제 원유 시장 안정화와 감산 문제 논의에 들어간다. 이는 유가 상승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감산 합의 기대감에 반등을 시작했다.
유가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례없는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에는 여전히 기회의 시기라는 평가다.
스티븐 이네스 악시코프 수석 전략가는 “이번 주 OPEC 감산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쌀 때 사두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