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이후 최악 치닫는 유럽 경제...EU 연대는 ‘삐걱’

입력 2020-04-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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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분기에 6% 마이너스 성장...독일 2분기 경제성장률 -9.8% 전망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이 텅 비어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이 텅 비어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유럽 내 인명피해가 계속되면서 경제도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사망자 수도 6만 명에 육박했다.

국가별로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가 14만6690명(사망 1만4673명), 이탈리아 13만9422명(1만7669명), 프랑스 11만70명(1만343명), 독일 10만9329명(2096명), 영국 6만1455명(7109명)이었다. 이어 벨기에 2만3403명(2240명), 스위스 2만3248명(893명), 네덜란드 2만678명(2255명) 등의 순으로 누적 확진자가 많았다. 프랑스의 경우, 핵 추진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에서 승조원 40여 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작전까지 중단한 상태다. 이탈리아에선 나흘 만에 확진자 다시 증가하는 등 유럽 내 상황이 악화일로다.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인명 피해에 유럽 주요국 경제 관련 암울한 전망도 줄을 잇는다. 특히 유럽 1, 2위 경제대국들이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 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근심이 깊어간다.

프랑스 중앙은행인 방크드프랑스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이며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경제가 골병이 들었던 1968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의 뮌헨에 있는 세계경제연구소(Ifo)는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9.8%로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1.9%에 이어 심각하게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 정도 역성장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최대 성장률 하락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악의 분기 감소 폭 대비 두 배 이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전체로는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스위스 경제연구소(KOF)도 코로나19에 따른 3∼6월 경제 비용이 최대 350억 스위스프랑(약 4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데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연대는 삐걱대고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코로나19 대응 경제대책 합의에 또 실패했다. 전날 오후부터 이어진 16시간 마라톤 화상회의에도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약 4100억 유로(약 543조 원)에 달하는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극심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2년 재정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난에 휘말린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구제금융 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세웠다. 회원국에 긴급 구제를 위한 융자를 제공하며, 대신 해당국은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ESM 자금 사용조건을 완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부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맞섰다.

‘코로나 채권’ 발행을 두고도 갈등을 보였다.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공동 채권인 이른바 ‘코로나 채권’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비용을 회원국들이 분담하고자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아이디어다. 이는 10년 전 나왔던 ‘유로 본드’와 비슷한 구상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막대한 빚을 짊어진 남유럽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은 공동 채권 발행을 주장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재정 상황이 비교적 좋은 북유럽 국가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9일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경제대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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