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5월로 예정된 화상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아시아 대표로 기조 발언을 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25분간 진행된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두 가지의 특별한 제안을 했다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 현물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것과 WHA 기조 발언을 제안했다.
WHA는 WHO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5월 화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해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각각 기조 발언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3월 26일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 때 영상으로 얼굴을 봤었는데 전화로 말씀 나누게 돼 반갑다"는 인사로 통화의 말문을 열었다.
이에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통화 제안을 수락해줘서 감사하다. 오늘 통화를 요청한 것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발휘한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로 한국 내 확진자가 가장 감소했다는 반가운 보고를 받았다. 한국의 상황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인 검사와 진단, 확진자 동선 추적 등 한국의 포괄적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전 세계 정상들에게도 한국의 이러한 포괄적 접근 방식이 공유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럴 때 각국이 적극적으로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의 3대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고, WHO의 권고에 따라 인적·물적 이동의 불필요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해 WHO 차원에서 우리의 방역 역량과 공중보건 조치를 높이 평가해 주고 신뢰해 주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해외 정상통화와 관련해 "최근 20명 안팎의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며 "각국에서 요청하는 방역 노하우와 방역 물품에 대해 형편이 허용하는 대로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글로벌 보건 위기 상황에서 WH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국제 단합을 통한 적극적 대응으로 코로나를 퇴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WHO가 2월 5일 발표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신속한 조정과 지원을 위한 전략적 대비대응계획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WHO뿐만 아니라 유엔 주도 코로나19 대응 프로그램 등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