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선진국 경제를 휩쓸면서 개발도상국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첫 감소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간신히 피한다 하더라도 선진국의 폐쇄와 예상되는 경기 침체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폐쇄와 불황 여파는 태국과 같은 휴양지의 관광 산업은 물론, 방글라데시의 의류 산업이나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 아보카도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GDP의 3분의 1을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인 최대 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전망이 정확하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신흥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1980년대 남미 외채 위기,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들 국가는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선진국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신흥국 경제는 석유와 같이 변동성이 강한 상품이나 해외 노동자들로부터의 송금, 관광과 같은 서비스 산업 등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데다 사회안전망 역시 부실하다. 예를 들어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우에는 노동자를 위한 실업보험조차 없는 상태다. 브라질의 저비용 항공사 아줄의 존 로저슨 최고경영자(CEO)는 “실업이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이후 2개월 동안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무려 820억 달러(약 100조 원)가 유출됐다. 이에 따라 차입 비용이 증가해 에콰도르나 아르헨티나와 같이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흥국 증시는 지난 6주 동안 20% 하락, 2017년 이후 상승폭을 반납했다.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역시 급락했다. 멕시코 페소, 러시아 루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최근 몇 주 사이에 미국 달러에 대해 가치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 역시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벤자민 게단 남미 전문가는 “위기 상황에서 신흥시장이 되는 것은 항상 불쾌한 일”이라며 “자본이 필요할 때 그것은 안전한 항구로 날아가며, 수출 실적에 의존할 때에는 수출 상품의 가격과 판매량이 떨어진다. 세수 감소와 함께 통화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은 치솟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