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에 개입해 진화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양측이 10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24% 폭등한 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35% 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와 방금 얘기했다. 나는 그들이 약 10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원유 및 가스 업계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산 규모가 150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 모두를 위해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MBS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지칭한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도 빈 살만 왕세자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에너지 시장, 유가 등과 관련해 대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우디가 원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생산 합의를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와 다른 국가들이 모이는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회의 참석 범위를 OPEC+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지난 3년간 OPEC+의 산유량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에도 참석을 촉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달 6일 열린 OPEC+ 회의에서 3월로 끝나는 감산 합의 시한 연장을 제시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사우디는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970만 배럴에서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대로 폭락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예고한 대로 1일부터 일일 산유량을 12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전쟁 진화에 적극 나선 것은 미국 셰일유 산업 보호를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미국 내 원유 수요가 급감한 데다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셰일유 업계의 줄도산이 예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