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끝내고 반등에 성공했던 한국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고꾸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영향이 컸다. 다만 감소 폭이 미미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선방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수출액이 469억1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41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0억4000만 달러로 9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수출은 2018년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다 2월 증가세 전환에 성공했으나 한 달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지난해 3월 수출액인 470억 달러에 근접하며 1억 달러 차이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3월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수출 단가가 11.7% 급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22.7%), 석유화학(-17.2%), 섬유(-9.7%), 철강(-9.1%) 등의 하락률이 컸다.
다만 수출 물량은 13.1% 급등하며 1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요 20개 품목 중 14개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고, 특히 반도체 물량은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루평균 수출은 전월의 -11.9%에 이어 -6.4%로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감소 폭은 완화됐다.
산업부는 코로나19가 우리 주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3월 대(對)중국 수출은 현지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졌던 2월 초 하루평균 수출이 3억6000만 달러로 급감했지만 점차 확산세가 둔화해 3월에는 4억5000만 달러로 1월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달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17.3%와 10.0%를 기록하며 플러스를 유지했다.
비(非)대면 생활습관이 확산하면서 컴퓨터(82.3%), 무선통신(13.3%)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선전했고, 가공식품(54.1%)·손 세정제(81.4%)·진단키트(117.1%)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소비재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2.7% 감소했으나 모바일 수요를 상쇄하는 서버 수요가 견조해 고정가격이 3개월 연속 상승했다. 3월 기준 D램 고정가격은 2.94달러,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은 4.68달러다.
중국 공장 가동중단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수출은 북미 시장과 친환경차 수출 호조로 3.0%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한국 수출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지난해 3월 수준에 근접하며 선전했다"며 "2월 중국, 3월 미국・EU 등 주요 공장 가동 중단에도 한국 기업의 생산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등 글로벌 공급기지로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향후 수출 전망이 암울한 것은 사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수출은 코로나19의 본격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기업이 당면한 유동성 부족과 마케팅·물류·입국제한 등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