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올 2월과 3월 기업은행 내부 기업교차판매 건수는 각각 7900건, 5500건으로 총 1만3400건으로 확인됐다. 기업교차판매란 영업점에서 한 기업 고객에게 여러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지점에 방문한 기업이 대출을 받으면서 기업은행 통장으로 급여이체를 하고, 방카슈랑스와 퇴직연금을 가입하도록 하는 영업 방식이다.
기업은행 내부 ‘2020년 영업점 경영평가 지표 및 배점표’를 보면 기업고객관리 부문은 기업교차판매와 제안영업, 기업신규고객수 항목으로 분류됐다. 평가를 받는 영업점 직원들은 기업고객관리 부문에서도 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교차판매를 아예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경기 전반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는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제안 영업이나 신규 고객을 유치가 쉽지 않다.
이 외에 성장지원 항목 부문에서는 외국환, 신용카드, 퇴직연금 상품과 관련된 배점이 명시됐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사업 상황이 최악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에게 해당 항목 점수를 얻기 위해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업점 직원들 사이에서 경영평가 부담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자 사측은 모든 영업점에 대한 경영평가 공개 시스템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방안이 오히려 지점별 경쟁을 부추긴다며, 코로나19 지원에 집중하는 2분기 동안 영업점 경영평가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사는 3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영업점 경영평가 잠정 중단’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해당 안건을 미리 사측에 전달했고,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경영평가 중단에 대해 양측 합의가 이뤄지면, 기업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직원 대상 경영평가를 잠정 중단하게 된다.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현재 영업점에서 코로나19 지원과 관련해 로드가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평가를 중단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영평가가 없다면 코로나 관련 지원을 열심히 한 직원, 지점에 대해 보상이 적절히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영평가로 인해 코로나 지원이 저해되거나 위축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당부분 보완의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하며, 그 보완의 정도와 규모는 지역적인 편차와 영업환경 등을 보다 면밀히 그리고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