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생활가전 생산라인이 지난해 ‘역대급’ 가동률을 기록했다.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로 공장이 쉴틈없이 가동된 것이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정 기간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기세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생활가전 생산라인은 최근 5년(2015~2019년)래 가장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가동률은 실제 생산수량을 생산능력 수량으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값이다. 가동률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추가 근무로 인해 제품이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냉장고, 에어컨 생산라인 가동률은 각각 106.9%, 118.9%로 집계됐다. 전년(냉장고 93.1%ㆍ에어컨 104%)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상승세다. 세탁기ㆍ건조기 생산라인 가동률(97.9%) 또한 100%에 근접했다.
제조라인이 쉴 틈 없이 작동되면서 생산량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난해 LG 생활가전 생산량은 3260만7000대로, 전년 대비(2964만 대) 10% 증가했다.
생산라인이 밤낮없이 가동된 것은 LG 생활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LG 에어컨은 냉방뿐만 아니라 난방 기능이 추가돼 사계절 가전제품으로 거듭났다. 건조기 또한 콘덴서 자동 세척 등 차별화된 성능을 앞세워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전 판매 호조로 생활가전 사업을 책임지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조 원을 넘었다. 영업이익(1조9962억 원)과 영업이익률(9.3%)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LG 생활가전 생산라인 가동률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보다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애초 1~2월만 하더라도 LG 생활가전은 악재에도 견조한 판매량을 기록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19 발생지역인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5%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매출처인 북미, 유럽 지역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북미, 유럽 가전 매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LG 가전제품 판매량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베스트바이와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인 미디어막트는 각각 영업시간 단축 또는 폐쇄조치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가동 중단된 LG 가전 공장도 많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LG 가전 공장인 루자 사업장은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LG 세탁기 공장과 인도 노이다의 가전 생산 공장 또한 다음 달 초중순까지 문을 닫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LG전자는 경쟁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북미, 유럽 유통채널이 폐쇄되면서 2분기부터 영업이익은 물론 가동률도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