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시즌을 앞두고 대부분의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실적 쇼크 우려로 잔뜩 긴장한 가운데 의외로 평온한 곳이 있다. 바로 반도체 업계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적인 이동제한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PC가 잘 팔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산업이 수요 감소로 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예외라고 31일 보도했다.
미국 최대 반도체 메모리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2020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분기(3~5월)에 대해선 낙관론을 펼쳤다. 3분기 매출은 46억~52억 달러(약 5조6000억~6조 원), 조정 후 주당 순이익은 55센트로 전망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재택근무 확산과 전자상거래, 데이터 센터 활성화를 배경으로 거래처에서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나 인터넷 학습, 게임에 이용되는 노트북과 PC 수요가 확대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소비 침체는 심각하지만, 반도체 쪽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가이던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며 “다음 분기에는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DB자산운용의 이승훈 주식책임자는 “사람들의 온라인 쇼핑과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한 재택근무가 늘고 있기 때문에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 업계는 휴대폰과 가전 수요가 줄어 타격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한계에 도달하면 반도체 업계가 다른 업종보다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을 이 새로운 트렌드는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오카자키 시게키 애널리스트는 “사람의 이동이 멈춰도 데이터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주 세계 최대 반도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 반도체 업계의 앞날이 보다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3월에 한국증시 코스피 구성 종목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른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꿔줬다.
다만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해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 침체가 길어지면 반도체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