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주요 에너지 리더이자 주요 20개국(G20)의 리더인 사우디가 위기에 대처하고 세계 에너지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진정한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갈등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장관급 회의에서 추가 감산 논의가 틀어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추가 감산 협상이 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되자 사우디는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일일 123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도 원유 증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치킨게임’으로 치달았다.
세계 2·3위 산유국들의 ‘총성 없는 전쟁’에 유가는 폭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보름 만에 약 50% 하락, 배럴당 24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의 증산과 가격 경쟁에 따라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채굴 기술이 향상됐다고 하더라도 셰일유는 여전히 기존 원유보다 생산 단가가 높다. 셰일 산업은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보다 높아야 채산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와 같은 저유가가 형성되면 셰일 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닛케이는 유가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셰일 업체들의 신규 산업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기업도 있어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가스 업계의 70%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선을 준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셰일 업체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에너지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텃밭인 텍사스주에는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모여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은 사우디가 증산 계획을 철회해 유가가 3월 초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