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전통적으로 보수 철옹성인 지역이나, 20대 총선에서 강남을은 이변을 일으켰다. 15대부터 보수정당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이 지역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파란의 깃발을 꽂으면서다. 전 의원이 19대 때부터 공을 들여온 강남을은 20대 총선 당시 보수 지지층이 많은 대치동이 강남병으로 편입되고 보금자리주택이 많은 세곡동에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30~40대 인구가 유입된 곳이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 탓에 강남을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남을은 세곡동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나 개포동 일대 세입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고가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층이 두터워졌단 분석이다. 강남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강남을은 전체적으로 아파트 주거 비율이 높은 데다 세곡동 지역의 대중교통 체계가 부족해 이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을 가진 후보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통영 출신의 전 의원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학 석사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 이력을 가졌다. 그는 의료 관련 변호사로 활동하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정치를 시작, 20대 국회에서 전국직능대표자회의 총괄본부장, 문재인 선대위 직능특보단장,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역임하며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전 의원의 강남을 관리는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강남구청장과 강남구의회 의장을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도 평가된다. 해바라기 모양의 브로치를 옷에 즐겨 다니는 전 의원은 해바라기가 ‘강남 주민 바라기’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미래통합당은 강남을 탈환을 위해 박진 전 의원을 배치했다. 박 전 의원은 서울 종로 출신으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 후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을 거쳐 영국 뉴캐슬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를 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통이다. 박 전 의원은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공보·정무비서관을 지낸 뒤 한나라당 총재 특별보좌역에 이어 16대에서 종로에서 당선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대까지 승리하며 내리 3선을 지냈다.
전 의원은 맞상대로 박 전 의원이 결정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멋진 선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면서 "강남을은 미래통합당에서 21대 총선에서 반드시 탈환할 1순위로 꼽는 지역인 만큼 민주당 후보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강남갑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통일안보 전문가로, 강남을은 박 전 의원이 국제외교 전문가로 함께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