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잔인한 봄’ 현실로…기업 신용등급 줄강등

입력 2020-03-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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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에 걸쳐 신용등급ㆍ전망 조정과 하향검토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려됐던 기업 신용등급 줄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영업실적 저하와 차입금 확대에 따른 재무상태 악화, 유동성 비상 등이 주요인이다. 여기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6) 도입도 리스부채 리스크로 작용해 악재를 더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신평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5일 우리은행의 유로 기업어음 프로그램 신용등급을 회사 요청에 의해 철회했다.

S&P는 “우리은행이 운용하는 미화 20억 달러 규모 유로 기업어음(CP) 프로그램의 ‘A-1’ 단기 신용등급을 회사 요청에 의해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철회 당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기발행된 채권 중 S&P가 등급을 부여한 채권은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S&P는 GS칼텍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1.0~1.5%에 그치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가 급락은 정유사들의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GS칼텍스의 경우 재고 관련 손실로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리스부채 관련 IFRS16이 도입되면서 지난해 9000억 원, 올해 3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다른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는 부산은행, 대구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 등 4개 지방은행의 모든 신용등급 및 평가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IBK투자증권의 ‘A1’ 외화표시 장기 신용등급과 ‘P-1’ 단기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도 착수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높은 수준인 지역 및 산업에 대한 익스포져로 충격의 영향권에 있는 산업 중 하나”라며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 긴밀히 통합된 개방경제로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무디스는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도 들어간 바 있다. S&P 역시 한화손보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세아상역과 지주회사인 글로벌세아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태림포장그룹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조치다.

한기평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글로벌세아 그룹의 본업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의 실적 저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단기적인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기존 등급전망은 안정적이었다.

나신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회복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회사 영업실적이 크게 저하되고 유동성 관리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신용등급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등록한 상태다. 한신평의 경우 OCI와 현대로템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 ‘BBB+’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신용등급과 등급전망 강등이 지속되면서 사측 요청으로 등급을 철회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향후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된 기업들 중에서 추가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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