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회사채 시장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이 미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0008년부터 작년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된 회사채 물량이 32조 달러(4544조 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수년간의 저금리 기조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항공·소매산업을 중심으로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의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 본사를 둔 구조조정회사 FTI컨설팅의 존 박 이사는 “코로나19에서 안전한 부문은 거의 없다”며 “잠재적인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해 자문을 구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분야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다. 컨설팅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관련 회사채 물량은 647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타호그룹의 경우에는 향후 12개월 동안 도래하는 달러 표시 회사채 상환 규모가 약 7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환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잠재적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올해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수입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은 태국에서도 자금난을 촉발하고 있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피치는 베트남 은행권에 대해서도 리스크를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일부 기업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식 발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젤란 파이낸셜 그룹의 해미시 더글러스 이사회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부채가 많은 회사들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질랜드가 지난 20일 국적기 항공사에 9억뉴질랜드달러(약 6435억 8100만 원)의 긴급 지원을 한 것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