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으로 신용도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등급을 자진 반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기적으로 강등은 피할 수는 있으나 추후 자금 조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국제 신용등급을 반납했다. 하나투어도 기업신용등급(ICR)을 취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8일 롯데쇼핑에 부여한 신용등급(Baa3, 부정적)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는 무디스가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낮춘 지 한 달 만이다. 무디스는 지난달 21일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당시 무디스는 전자상거래로 인한 유통업 부진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저하 우려 등을 언급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에도 피치가 신용등급 ‘BBB-’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자 피치의 신용등급을 취소한 바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통 발행사 입장에서 불리한 경우에 처했을 때 등급을 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부여받은 ICR을 반납했다. 한기평은 12일 “피평가업체 요청에 따라 등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실적 저하에 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등급을 취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ICR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나투어가 유효기간 전에 등급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투어는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네 차례 ICR를 받아왔다.
하나투어는 일본여행 불매운동과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5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00억5800만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들은 등급을 취소하면서 향후 자금 조달에 평판 훼손 우려를 남기게 됐다. 신평사 관계자는 “철회 여부 자체가 추후 평정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기억하기 때문에 평판 리스크에 영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등급을 취소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 숨기고 싶은 게 많은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이어 “투자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