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와 마포구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4.39㎡)를 한 채씩 보유한 K씨. 그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해 내야 하는 보유세는 3767만 원에 달한다. 올해 두 아파트 모두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년 사이에 보유세가 무려 2000만 원가량 늘었다. K씨는 정부의 권유대로 한 채를 팔아야 할지, 아내에게 증여를 해 세금 부담을 줄일지 고민 중이다.
만약 아내에게 증여를 할 경우 공시가격 상승 전 수준의 보유세만 부담해도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증여가 유리하지만 취득세를 등을 고려하면 당장 들어가야 할 목돈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팔기에는 최근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주택자들이 실거주 외 보유 중인 집을 팔지, 증여할지, 아니면 계속 보유할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13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코로나발(發) 집값 하락이 우려되는 분위기에 보유세 충격까지 커져 고민에 빠진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과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고가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절세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 예측대로 서울 집값 하락세를 이끌 정도의 매물이 쏟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경우 최근 2년 연속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 이전 추가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금리 인하 등 요인으로 인해 투매 수준의 급격한 매물 출회 양상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매도 대신 가족 간 증여를 통한 공동명의 전환으로 절세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집값 하락을 제한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벌써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공시가격 발표 이전부터 매물 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거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965건에 불과했던 증여 건수가 12월 3682건으로 늘더니, 올해 1월 3377건, 2월 2505건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12월 증여 건수가 414건을 기록한 뒤 1월(175건) 주춤했다가 2월 295건으로 다시 늘고 있다.
정부가 그간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빠른 다주택자들이 증여 등을 통한 매물 정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과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종료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경향을 봤을 때 매도보다는 증여를 통해 절세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공시가격 상승이 부담되는 일부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는 하겠지만 시장 하락을 주도할 정도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증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세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종부세는 과세표준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 구조이기 때문에 종부세만을 기준으로 보면 세금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증여를 통해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경우 취득세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K씨가 아내에게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약 2000만 원씩 줄일 수 있지만 취득세만 6000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물론 향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취득세를 일시에 지불하고 보유세 감면 혜택을 누리며 2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보유세 부담마저 어려운 일부 한계 소유자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시장에서는 증여에 나서는 다주택자들이 다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강남에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이 보유세 때문에 집을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집을 내놓는다고 하더라고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강남보다는 강남 외 지역의 물건을 먼저 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