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기술자의 자격증을 빌려 문화재수리 사업을 낙찰받은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사기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유죄 판단을 인정했다.
B 건설사 대표인 A 씨는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자격증을 빌려 보은군 등과 문화재수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 58억 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상시 근무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 4명 등을 보유해야 하고,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검찰은 A 씨 등에게 문화재 보호법,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1ㆍ2심은 “자격증을 대여해 건설사를 문화재수리업자로 부정 등록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속여 공사를 낙찰받고 공사대금을 편취했으며 이와 관련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공사대금을 속여 뺏을 의사로 문화재수리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화재수리기술자 등의 자격증을 대여받아 사용한 행위가 곧바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이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두 번째 근거는 실제로는 C 씨가 수리공사를 시행하도록 돼 있었는데도 B사가 직접 할 것처럼 속여서 공사를 도급받았다는 것”이라며 “1심 증거에 의하더라도 C 씨는 B사에 소속된 문화재수리기술자이므로, 이를 B사의 공사로 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화재수리공사가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기한에 맞춰 진행되지 않았다거나 완성된 공사에 별다른 하자나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