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18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2023년으로 1년 더 늦췄다. 국내 보험업계는 당장 자본금 충당 압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 건전성 강화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자본 확충을 지속할 전망이다.
IASB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이사회 투표는 IASB 위원 14명 가운데 12명이 IFRS17 도입 연기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관련 공지에서 “보험계약의 회계 처리의 질과 비교 가능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IFRS 17의 시의적절한 적용이 필수”라며 “이번 연기 결정으로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보험업계 입장에선 일단 ‘소나기’는 피한 셈이다. IFRS17은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채 평가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사는 새 기준 적용 이후 채권평가 손실 등을 고스란히 보험사가 떠안아야 한다. 이에 보험사는 자본금 충당 부담이 크다. 현재 국내 보험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 평균은 286.9%다. 생명보험사는 301%, 손해보험사는 260% 수준이다.
IFRS17 도입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금융당국이 도입 준비 중인 신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와 현행 지급여력(RBC) 제도 개편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는 킥스 도입 여부를 금융감독원과 함께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에 대비해 함께 보험사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강화 일정 추가 연기 여부도 변수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LAT 강화 일정을 1년 늦춘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IFRS17 도입 추가 연기와 무관하게 보험사 자본확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전망이다. 당시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IFRS17 시행에 앞서서 자본확충을 하지 않는 보험사가 있다면 이는 도덕적 해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금리가 사실상 ‘0%’대로 낮아지면서 보험사 부담이 늘어난 점은 킥스와 LAT 강화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제도 변화와 함께 금리하락으로 인해 LAT 부담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