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도 시장을 실망시켰다. 내놓은 경제 지원 조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유럽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강경 조치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일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악화한 시장 심리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충격적인 폭락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352.60포인트(9.99%) 폭락한 2만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도 260.74포인트(9.51%) 추락한 2480.64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43% 빠졌다.
이날 다우지수의 하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5일의 7.87%를 제치고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인 1987년 10월 19일(22.61%) 이후 가장 컸다. 포인트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개장과 거의 동시에 7% 이상 폭락,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9일에 이어 이번 주에만 두 차례가 발동된 것이다.
유럽증시도 쑥대밭이 됐다. 이날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 프랑스 파리증시 CAC40 지수가 일제히 10% 이상 급락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Stoxx50 지수는 12.40% 급락한 2545.23로 거래를 종료하면서, 지수 역사상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을 찍었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도 16.92%나 미끄러지면서, 1998년 지수가 탄생한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역시 주저앉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4.5% 폭락했으며,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런던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7.2%(2.57달러) 급락했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로 원유 수요가 한층 더 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CNBC방송은 원유 시장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미국과 유럽 간 항공노선이 중단되면 하루 60만 배럴의 항공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미국채 시장에도 매도세가 번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金)은 전날보다 3.2%(52달러) 내린 온스당 15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적인 주가 하락 속에서 금을 매도해 이익을 확정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풀이했다.
글로벌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2.5bp(bp=0.01%포인트) 오른 0.84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CNBC는 “월가의 거대한 매도세가 미국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