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변액보험 시장이 코로나19에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패닉에 빠졌다.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이후 변액보험 자산 중 5조 원이 증발했다. 2019년 8월 이후 변액보험 총자산도 100조 원 선 붕괴를 앞두고 있어 생명보험사들의 고민이 가중될 전망이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변액보험 펀드 순자산은 100조7428억 원을 기록했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105조4271억 원) 대비 약 5조 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들어 105조 원에서 102조 원까지 빠지더니, 이달엔 100조 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100조 원 벽도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이는 2019년 8월 증시 악화로 99조 원으로 내려간 이후 7개월 만이다.
변액보험 순자산이 빠지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주가가 하락해 변액보험 수익률도 함께 안 좋아졌거나 계약자가 보험 계약을 해지해 계약자 적립금이 빠진 것이다. 작금의 시장 상황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 주는 상품으로 증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1월 2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01%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같은 달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3%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변액보험 펀드 자산 손실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달 9일 국제 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패닉 장세를 맞았으며, 코스피지수도 최근 급락 장세를 기록해 1960선이 붕괴됐다. 2019년 8월 29일(1933.41) 이후 6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증시가 휘청하자 수익률이 급감해 불안해진 가입자들의 해지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고객을 만나지 못해 신계약이 주춤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사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고객들과의 대면접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주식 상황과 직결되는 변액보험은 주식 시장이 호황일 때 계약이 수월해진다”며 “시장도 좋지 않고 코로나로 인해 고객을 만날 수도 없어 시장 상황이 더욱 나쁘다”고 우려했다.
이에 IFRS17 대비 차원에서 변액보험에 주력하던 보험사들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당분간 자산운용에서 주식 편입 비중을 낮추고, 시장 상황과 가입자 투자성향에 맞춰 상품을 설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최소 10년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므로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며 “사업비가 타 상품보다 많아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 해지보다는 상품 재설계 등을 통한 장기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