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잭 웰치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남긴 것

입력 2020-03-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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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1981년부터 20년에 걸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장을 지낸 잭 웰치가 지난주 세상을 떠났다.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경영의 기치로 내걸고 글로벌 기업들에 큰 영향을 준 웰치 혁명의 가치는 지금도 시들지 않는다.

1981년 당시 최연소인 45세에 회장에 취임한 그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세계에서 1위나 2위가 될 수 있는 사업만 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리스트럭처링(사업 재구축)과 M&A(인수합병)를 추진했다. 여기서 나온 ‘선택과 집중’은 1980년대 이후 기업경영의 키워드가 되었다. 미국 포천지는 1999년에 웰치를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그가 추진한 ‘강한 사업으로의 특화’ 전략은 경영이 부진한 기업에 지금도 유효하다.

그는 반도체 사업 등을 매각하는 한편 미국 3대 TV 방송국 중 하나인 NBC를 인수했다. 금융사업의 확대를 노려 1990년대에 보험회사와 리스회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일본에서도 소비자 금융인 레이크를 사들이고 파탄한 동방생명보험의 사업을 인수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이 같은 GE의 경영 전략을 보며 반도체와 액정 사업으로부터 멋지게 손을 뺐다. 반면 파나소닉은 부진한 TV사업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그 결과 히타치와 파나소닉의 경영실적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이는 기업경영학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GE가 앞서 실천했던 경영수법은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매수를 지렛대로 삼은 사업의 글로벌 전개’ 등 수없이 많다. 간부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도 웰치 경영의 특징이다.

미국의 경영학자인 게리 하멜은 “웰치에 의해 미국 기업의 효율화 혁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웰치가 GE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경영 이론 중 또 하나 유명한 것은 ‘6(식스) 시그마’ 이론이다. 일본 기업들은 2005년 당시 시급한 과제였던 폐쇄적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6 시그마’를 응용했다.

웰치는 성숙한 대기업에서도 경영의 리더십에 따라 고속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가 약 20년의 재직 기간 중 주가를 30배로 올린 수완도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는 명성을 뒷받침해주는 기록이다. 1990년대 말부터 소니, 도시바, 삼성 등이 잭 웰치의 경영이론을 신봉하는 신자(信者)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의 경영 이론은 아직도 아시아 개도국에서 살아 있다.

웰치가 GE에 남긴 최악의 유산은 금융사업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다. GE 금융사업은 리스크 거래로 윤택한 현금수입을 몰고 온 GE캐피털이 이끌고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금융 사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결국 GE는 파탄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그의 후임으로 GE를 이끈 제프리 이멜트는 주가의 장기 하락에 고심했다. 본인의 역량 문제도 컸지만 미국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부정회계 사건을 계기로 시장 감시가 엄중해지면서 GE캐피털은 완전히 힘을 잃게 됐다. 미국 다우공업주 30종 평균이 1896년 창설될 당시에 편입된 GE는 2018년 6월 채용 종목에서 배제된다.

GE는 이멜트, 존 플래너리로 이어진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18년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로렌스 칼프를 CEO로 영입했다. 생전에 ‘최대의 사업은 후계자 육성’이라고 공언했던 웰치는 결과로 보면 톱 인재 육성에 실패한 셈이다.

지난 1월 말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회의)에서도 지적되었듯이 20세기 미국에서 주류였던 주주 이익을 최고로 삼던 자본주의의 모습을 이제 근본적으로 고치려는 기운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카리스마 경영자의 죽음을 계기로 ‘21세기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결단과 실행’의 경영을 끊임없이 실천한 잭 웰치와 같은 경영자의 돌파력을 살리면서 어떻게 폭주를 제어할 것인가. 21세기에 맞는 기업 거버넌스는 무엇일까. 절대적 교과서와 만능경영 수법이 존재하지 않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영자상은 무엇일까. 잭 웰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자상을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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