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3%에서 2.0%로 0.3%포인트(P) 낮췄다. OECD는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작년 11월 내놓았던 전망치를 이같이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충격에 따른 것이다.
OECD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가치사슬과 경제심리, 금융시장, 관광업 등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에서 0.5%P나 낮아진 2.4%로 내다봤다. G20 국가 중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18개국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트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종전 5.7%에서 4.9%로 0.8%P나 내려잡았다. 코로나19 확산이 1분기 이후 진정되더라도 중국 경제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2%P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 경제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데다, 국내의 코로나 사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소비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한국 성장률 하향의 배경이다. OECD는 “예방적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심리 회복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OECD의 이 같은 성장 전망도 코로나 사태가 1분기 이후 완화한다는 낙관적 예상에 근거하고 있다. 전염병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북미 등으로 계속 번져나가면서 장기화할 경우 올해 세계 성장률이 1.5%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신용평가회사들의 전망은 훨씬 비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 사태가 한국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1%에서 최소 0.8%P, 최대 1.7%P까지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종전의 2.1%에서 각각 1.9%, 1.6%로 예측했다. 그만큼 코로나 사태의 경제 타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월 하루 평균 수출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1.7%나 줄고, 특히 중국에 대한 일평균 수출은 21.1%나 급감했다. 3월에도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올해 정부가 목표하는 2.4%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은행 전망치인 2.1% 성장도 멀어지고 있다. 작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2.0%에 그쳤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올해는 1%대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최악의 위기에 비상한 대책이 동원돼야 한다.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라 경제 정책의 방향과 운용방식을 근본부터 재검토해 경기부양 중심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