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관으로부터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것을 근거로 다른 관급공사의 입찰 참여를 막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두산건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공사 관련, 이달 6일까지 총 5개월간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 철도시설공단은 두산건설이 터널 굴착 시 무진동 발파공법으로 시공한 것으로 기성금을 청구했는데, 실제는 일반 발파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제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두산건설이 조달청에서 발주한 다른 관급공사 입찰 참여를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조달청은 1월 추정금액 2195억 원 규모의 정부 세종 신청사 건설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두산건설은 조달청에 해당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를 서면으로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두산건설은 “정부가 철도시설공단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근거로 정부 세종 신청사 입찰 참여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두산건설은 이미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만큼 국가계약에 관련된 입찰 참여도 당연히 제한된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산건설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사실만으로 조달청이 실시하는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잃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새로운 제재를 예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는 기업활동의 자유에 제한이 된다”며 “정부가 두산건설의 입찰 참가를 막는 것은 그 자체로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