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질병 확산이 시장경제와 기업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 위험 요소가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빈도를 보면 2003년에는 사스(SARS), 2014년에는 메르스(MERS), 2019년에는 코로나(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였다. 대충 10년 혹은 5년 주기로 시장경제를 멈추게 하는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빈도와 함께 그 파급력을 보아야 하는데 사태가 반복될수록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스페인독감 이후로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정도 빈도와 파급력이라면 기업들은 질병 확산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감안하여 장기적 전략이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무역 비중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대외교류가 빈번히 일어나며 전염성 질병이 대한민국을 비껴나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
따라서 비록 비용은 증가할 수 있으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소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핵심적 소재라면 단일 지역, 단일 국가를 벗어나 공급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자금 운영은 시장경제가 멈춘 상황에서도 일정 기간 기업을 지탱할 수 있을 만한 여유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 전염병뿐만 아니라 외교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면세점과 같은 산업에 진입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산업의 위험도와 목표 수익 수준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천재지변 수준은 아니지만 전염병에 따른 계약 이행이 불가한 상황을 고려하여 상업적 계약에는 별도 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작업동선 변경에 대한 응급 매뉴얼과 재택근무를 위한 전자 결제나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최근 통신과 컴퓨터 분야의 획기적 기술 발달로 비대면 교류가 보다 편리하고 저렴해지고 있는 가운데 질병 확산은 관련 기술 활용이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오프라인 업체는 반드시 비대면 교류를 위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식품과 같은 상품은 품질의 손상 없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가공되거나 포장되어야 한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도 준비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일부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영업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오프라인의 음식 가격은 오히려 온라인보다 저렴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인식이 확고해진 만큼 쇼핑의 효율성과 재미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쇼핑 거리와 쇼핑 지역은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위생에 더 높은 차원의 관심을 보일 것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의 전통시장이라고 알려져서 국내의 전통시장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한두 개 점포의 비위생적 행위는 시장 전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위생 측면에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거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사스로 인한 해외 관광객 감소로 한동안 소매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뼈아픈 경험이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은 식품 관리와 매장 내 위생 관리에 매우 적극적 정책을 도입하였다. 싱가포르는 위생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최고 수준의 음식점은 주방 위생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매장 중간에 주방을 마련한다. 화장실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거나 휴지통 위치도 위생을 고려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상황 판단을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반응에 대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질병 확산으로 인한 계약 이행 불가 상황이 원활히 해결될 수 있도록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 이행 불가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면 정부부터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보나 마나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고 구체적 계획도 없이 수조 원의 추경 예산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이미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기업과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늘어난 예산은 추가적 세금 부담을 의미하며 외부 충격에 면역력을 거의 상실한 시장경제 주역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