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패널 ‘FTA 위반’ 판단 코앞인데…ILO비준안 처리 ‘요지부동’

입력 2020-03-01 09:19 수정 2020-03-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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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안 통과 안 되면 한국에 불리"…위반 판단 시 대외신인도 타격 등 후폭풍 예고

▲작년 6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및 조합원, ILO긴급행동 관계자들이 ILO 핵심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작년 6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및 조합원, ILO긴급행동 관계자들이 ILO 핵심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에 대해 여야의 논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한 전문가 패널의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판단이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예정임에도 국회가 꿈쩍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패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불리한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등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비준동의안 포함)을 제출한 이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심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퇴직 공무원ㆍ교원의 노조가입 확대 △노조 전임자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노조의 사업장 주요시설 점거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용부는 올해 5월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만큼 여야를 설득해 비준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인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의 계속되는 반대 속에 4월 총선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개정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정부가 조속한 비준안 통과를 바라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과 관련해 한ㆍEU FTA 위반 여부를 가리는 전문가의 패널 판단이 이르면 이달 말 나오는 데 있다.

2018년 12월 EU는 한국이 한ㆍ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 해결 절차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고, 이후 작년 7월 우리 정부에 분쟁 해결 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작년 12월 설치된 전문가 패널은 EU 측에서 1명, 한국 측에서 1명, 제3국에서 1명(의장) 등 총 3명으로 구성됐다.

우리 정부는 “FTA 조항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조항에 따라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의견서를 지난달 14일 전문가 패널에 제출했다. 전문가 패널은 한국과 EU의 의견서를 꼼꼼히 따져 FTA 위반 여부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전문가 패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문가 패널이 우리나라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회 비준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전문가 패널이 과연 우리 정부의 노력을 인정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전문가 패널이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핵심협약 미비준이 FTA 위반이라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EU에서 한국을 겨냥한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한ㆍEU FTA 규정상 EU가 한국에 직접적으로 무역관세 조치를 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자체적으로 통관 강화 등 비관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노동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EU가 직접적인 관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핵심협약 비준에 나서지 않은 우리나라를 노동인권 후진국이라고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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