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제작 영화사월광)으로 돌아온 김남길을 만났다. '기묘한 가족' 이후 1년 만에 출연한 영화이자, 드라마 '열혈사제'로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후 가진 첫 인터뷰였다. 그는 적당한 책임감과 긴장감을 가진 듯했다.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작품의 만듦새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어요. 관객 수나 성공 등 숫자로 보여주는 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를 잘 만들자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에겐 많은 의미가 담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김남길은 '대상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했다.
"저희 직업이라는 게 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하는 걸 누군가 봐줘야 하고, 그만큼의 사랑을 줘야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합이 잘 맞고, 운도 좋아야 하거든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해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남길의 필모그래피에 유일한 공포 영화다. 그는 극중 퇴마사 경훈 역을 맡았다.
"오컬트는 외국에선 팬층이 두꺼운데 한국에선 보지 못한 소재예요. 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반가움, 신기함, 신선함이 있었어요. 퇴마하는 방법은 민속신앙에 가까운데, 이계나 장롱 등 세트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서양적이니, 묘하게 상반되더라고요."
극중 그가 연기하는 경훈은 아내를 잃은 후 딸 이나까지 실종돼 실의에 빠진 상원(하정우)를 찾아온 의문의 남자다. 스스로 퇴마사를 자처하는 그는 상원에게 집안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이가 이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 실종 미스터리의 중심에는 벽장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상원과 함께 벽장 속으로 사라진 이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클로젯'의 장르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당연히 메인플롯은 공포다. 하지만, 영화는 어른이 아이에게 준 상처를 회복시킨다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서브플롯이 강조되면 관객 해석에 따라 사회고발적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다. 김남길도 이 지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하지만 공포영화를 보고 '무섭다'며 찜찜함을 갖고 돌아서는 것보다 확실한 마무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든 것들의 원인이 '사람'에서 나오잖아요.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줘요. 그게 부모와 아이 등 관계성에만 국한되진 않죠. 하지만 상처를 준 사람이 치료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는 사람에 대한 원인을 사람으로서 치료하자는 걸 서브플롯으로 갖고 매듭을 지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김남길은 "평소 공포영화를 못 본다"고 고백했다. 어릴 적 영화 '오멘'을 본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가운데 자리에 서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가 '정통호러'만 표방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신과 같은 사람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요즘은 한 장르로만 가면 한계가 있어요. 좀 더 열린 이야기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니 큰 틀 안에서 희극적인 부분도 가져오고 휴머니즘도 넣고, 드라마적 요소도 들어간 거죠. 저희가 요즘 열광하는 것들은 이미 50~60년대 영화에 나온 소재들이에요. 새로운 것을 굳이 찾으려 한다기보다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 영화로 가자는 게 목표였어요."
대화를 하면서 '클로젯'에 김남길의 '지분'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그는 팔목에 문신을 새긴 모습으로 주문을 외우는데, 설정들도 그답다. 의미를 묻자, 문신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를 한문으로 한 것이고, 손동작은 애니메이션 '나루토'와 유희왕', '드래곤볼'에서 가져왔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김남길 특유의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주문을 고를 때도 김광빈 감독과 함께 고민했어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을 피해서 누가 봐도 종교적인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으려 하던 중 마음에 드는 문구와 주술이 있어서 진행했어요. 그런데 보름 후 힌두교 주술이라는 게 밝혀진 거죠. 그래서 수정했어요. 가장 한국적이면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걸 찾았죠. 있는 주술들을 짜깁기해서 뜻이 맞게끔 한문을 만들었어요. 역사 고증하듯 뒤진 거 같아요."(웃음)
김남길 앞에는 '퇴폐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편으로는 코믹적인 요소도 함께 보여주는 배우라는 것도 대중들에게 인식됐다. 이 지점은 그에게 득일까 해일까.
"어릴 때부터 각인되는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게 거지 옷을 입히면 거지처럼 보인다고 말하더라고요. 예전엔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장점이 됐어요.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색깔을 칠하느냐에 따라 유연성 있게 반응한다는 거니까요. 배우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클로젯'도 그래요. 제 모습이 새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신선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니 '덜 소모돼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대상 배우요? 전 아직 제 영화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