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ㆍ외교부에 밀렸나…결국 中 입국금지 등 타이밍 놓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지속적인 입국 제한지역 확대 요구에도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5일 입국 제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혀 방역 대책에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역 대책 수립에 전문성보다 외교·정치적 이해관계와 부처 간 역학관계가 우선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입국 제한지역 확대에 대해선) 추후 공식화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브리핑을 한 바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날 김 총괄조정관은 “후베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국 금지조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수준에서 계속 위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난달 중순부터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 제한을 건의했다. 하지만 실제 입국 제한조치는 이달 4일에야 시행됐다. 31번 환자(61·여)를 시작으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드러난 단계에선 방대본이 입국 제한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추가 입국 제한조치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위기경보 격상(심각)으로 중대본이 구성되기 전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외교부가 입국 제한지역 확대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방역 대책에는 방역당국이 아닌 외교부와 청와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 밖에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감염학회 등 의료·의학계가 끊임없이 입국 제한지역 확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대부분 묵살됐다. 의협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능후 중수본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구조적으론 방역당국보다 상위 결정권자가 존재하는 옥상옥 의사결정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정책실장과 부총리(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장 위에 비전문가인 장관과 국무총리가 있다”며 “의사결정은 단계가 하나 더 생길 때마다 늦어지는 데다 비전문가는 비합리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장을 컨트롤 타워로 정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휘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모든 방역 대책을 총괄한다.
김 총괄조정관은 “중대본 차원에서 모든 회의에 방대본의 의견을 일차적으로 고려한다”며 “각 부처가 지원할 내용이나 다른 내용도 중대본 판단에 우선적으로 귀속된다”고 반박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재난이 위기가 되면 더 상위의 컨트롤타워가 전 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조치를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 내에서의 조금은 협의의, 그리고 좀 더 치열한 논의나 검토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정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