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만큼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 본격화하기 직전 결과라는 점에서 소비자심리 추가 냉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기 관련 심리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 겹쳤던 2016년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2·16 부동산대책 여파로 주택가격 전망심리 또한 두달연속 하락했다. 반등했던 기대인플레이션도 재차 하락세로 돌아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CCSI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2003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다만, 2018년 10월 표본가구 수를 기존 2200가구에서 2500가구로 확대하면서 2018년 9월 이전 수치와 단순비교하는데는 주의가 요구된다.
부문별로 보면 경기관련 지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 CSI는 12포인트 급락한 66을, 현재와 6개월 후를 비교한 향후경기전망 CSI는 11포인트 떨어진 76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최순실 사태와 트럼프 당선이 겹쳤던 2016년 11월(각각 -12포인트, -16포인트) 이후 3년3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생활형편전망 CSI(93)와 가계수입전망 CSI(97), 소비지출전망 CSI(106)은 각각 4포인트씩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2포인트 내린 91을 보였다.
또 다른 경제 상황인식 지표인 취업기회전망 CSI는 7포인트 하락한 81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9월(-7포인트) 이후 1년5개월만에 최대하락세다. 직전월에는 88을 보이며 1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4포인트 하락한 112를 보였다. 작년 12월 125를 기록한 이래 두달연속 하락했다.
권처윤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코로나19 확산 등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악화해 소비자심리가 메르스 당시와 함께 역대 세 번째 하락폭을 기록했다. 당시도 경기부분 하락이 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심각해지기 직전인 17일까지 수치라 이 부분은 사실상 반영이 덜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와 비교한 1년후 전망을 의미하는 물가수준전망 CSI는 2포인트 내린 137을 기록해 넉달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은 전월과 같은 1.8%로 5개월연속 횡보했다. 반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하락한 1.7%로 역대최저수준과 같았다. 전달에는 0.1%포인트 올라 작년 5월(0.1%포인트 상승) 이후 첫 오름세를 기록했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공공요금(43.1%, 이하 복수응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석유류제품(37.1%), 농축수산물(26.5%) 순이었다.
권 팀장은 “이달 소비자물가 발표 직전이지만 기대인플레는 경기인식에 영향을 받아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자는 2341가구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