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 서부 푸네에 있는 트럼프 타워 단지 내에는 200만 달러(약 24억 원)짜리 아파트 대부분이 비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가 둔화했고, 구매자들은 좀처럼 방문하질 않는다.
한때 트럼프 브랜드는 인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유망해 보였지만, 수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인도 경제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자 개발업자들은 주택사업을 포기하고,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천 채의 아파트가 공실이거나, 공사가 지연되는 등 수요 위축에 시달리고 있다. 빚에 쪼들린 건축업자들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트럼프 파워’조차도 부동산 시장에 부는 매서운 찬바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몇 년 전 완공된 ‘트럼프 타워 푸네(Trump Towers Pune)’에는 전체 46개 호실 중 입주가 완료된 곳은 7개뿐이다.
다만 호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려움에 봉착했음에도 트럼프 브랜드의 부동산 사업은 인도 내에서 그나마 나은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개발 사업가 칼페시 메타는 “인도 시장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여전히 국내 최고의 명품 주거 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를 돕는 3D리얼티의 파완딥 싱 이사도 “부동산 가격이 침체됐고, 국제 투자자들이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인도에서 트럼프 브랜드는 여전히 가치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인도 럭셔리 부동산 시장의 슬럼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인도인들은 ‘트럼프’라는 브랜드 네임에 여전히 우호적이다. 인도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동맹’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의 인도 방문이 고군분투하는 트럼프 브랜드의 부동산 사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25일 취임 후 처음 인도 방문에 나선다. 그는 첫날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인 ‘사르다르 파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나마스테(‘안녕’이라는 뜻의 힌디어) 트럼프’ 행사에 참석해 10만 인도인들로부터 환대를 받으며 모디 총리와의 ‘브로맨스’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네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아닐 데시무크는 “브랜드만으로 인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도전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5년간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 효과와 관련해서는 “투자 약속이 따른다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번 지켜 보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