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자책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을 택한 배경에 대해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작가들에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하는 "저는 1995년 등단했을 무렵 문학동네가 생겼다. 문학과 지성사와 창비 정도의 선택지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문학동네가 작가들에게 선인세를 주고 계약서를 쓰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들을 하자 안이하게 해왔던 사람들도 기준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작가의 작품을 원하는 곳이 많아진다는 것은 신인 작가나 유명 작가 모두에게 좋은 현상이라는 게 김영하의 생각이다.
그는 "이러한 서비스가 안착하고 사이즈 커진다면 작가들은 선택권을 갖게 된다"면서 "물론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예술인권리보장법) 등을 통해 작가들의 법적인 지위, 단결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게 선별 과제"라고 꼬집었다.
'작별인사'는 통일된 한국의 평양을 무대로, 자신을 인간으로 알고 있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인 소년이 납치되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성장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분량이 많지 않고 장르소설의 형태를 띤다.
밀리의서재 전자책 정기구독 회원들은 김영하의 이번 소설을 종이책을 제공받게 된다. 오프라인 서점에선 3개월 뒤 유통된다.
회원제 서비스를 통한 출간이 접근 방식의 제약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영하는 "학창시절엔 부모님이 신발을 사주시면 헤질 때까지 그 신발을 신었지만, 지금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신발을 신는다. 책을 읽는 방식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영하는 전자책으로만 출간이 됐어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소설을 이것만 쓸 것도 아니고 나중에 내지 말라는 것도 아니어서 (전자책만 출간했어도) '해보자' 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설명하면서 오늘날 인간상을 비유하기도 했다. 김영하는 "최근의 공포는 신체적 아픔보다,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오는데 감염자로 취급돼 사회 연결망이나 가족으로부터 고립되고 사라지는 공포가 크다"면서 "인간이라 규정되지 않고 감염원으로 처리되는 것에 대한 공포, 독자들이 이번 소설을 그런 공포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작가는 자신이 독립 출판 브랜드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아내가 남편이 작가여서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출판사를 차렸다"며 "제가 과거에 쓴 책이나 해외 작가의 절판된 책 위주로 출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별 인사'가 아내의 출판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불거진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에 대해서는 "동료 작가들의 투쟁을 온 마음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창작자, 예술가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과 자기희생, 특히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는 문학계 뿐만 아니라 지위가 불안하고 약한 예술계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된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하루 빨리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