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정크본드 왕’으로 불렸던 마이클 밀켄과 상원의원 매관매직 혐의로 구속됐던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 등 11명을 특별사면하거나 감형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밀켄 등 7명이 사면을, 블라고예비치를 포함한 4명이 감형을 각각 받았다.
밀켄은 1980년대 지금은 없어진 투자회사 드렉셀번햄램버트의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 부문 대표를 맡아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내부자 거래 등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6억 달러(약 7146억 원)의 벌금을 물었으며 1990년 10년형을 선고받고 22개월을 복역하다가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아 1993년 석방됐다. 또 평생 증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판결도 받았다. 그가 기소됐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현 고문인 루디 줄리아니가 직접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검사 중 한 명으로 관여했다.
현재 73세인 밀켄은 암에서 살아나오고 나서 암 연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자선사업가로 변모했다. 그는 또 비영리기구이자 초당파적인 경제 리서치 단체 밀켄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밀켄인스티튜트가 매년 봄 개최하는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경제계 유명 인사들이 꼬박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밀켄은 암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로 세상을 위해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또 그동안 이미 충분하게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사면에도 여전히 밀켄은 증권업에 종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밀켄과 오랜 친분이 있는 트럼프 측근들이 사면을 받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사위이자 정권 실세로 꼽히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이전부터 밀켄의 사면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는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일리노이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오바마 측근을 지명하는 대신 자신이 정부 고위직을 얻을 방법을 모색하다가 기소됐으며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2012년 3월부터 복역 중이었다. 그는 당초 연방법에 따라 2024년이 돼야 가석방 대상에 오르는데 이날 감형을 받았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2010년 트럼프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는 “나는 그를 몇 년 전 어프렌티스에서 잠깐 만났지만 잘은 모른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에 내린 판결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 측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로버트 뮬러 특검과 하원 민주당 의원들의 트럼프에 대한 조사에 비유해 마침내 대통령의 동정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그밖에 트럼프는 세금 사기와 위증 혐의 등으로 4년형 징역을 살고 2013년 석방됐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 경찰국장과 도박과 뇌물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의 인기 구단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에드워드 디바르톨로 전 구단주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전에 일부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면 권한을 남용해 친구에게 보상하고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평판을 그럴 가치가 없는데도 회복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CNBC방송은 이번 대거 사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절친이자 2016년 대선 당시 비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에게 사면을 내리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로저 스톤은 20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데 검찰은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과 수사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7~9년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