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상태인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명운이 이달 임시국회에 달렸다.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기준에 막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기준을 완화해줄 관련법 통과 여부가 케이뱅크 회생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자회사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는 ‘플랜B’도 준비 중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 처리를 검토한다. 법사위에서 찬성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26~27일로 유력시되는 법사위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할 수 있다. 만약 법사위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총선 후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들은 폐기돼 다시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자본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대출 판매가 중단됐고, 현재는 신규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식물뱅크’로 전락하면서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케이뱅크 주주들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은행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KT가 대주주로 올라서고 이를 중심으로 약 59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수혈할 계획이었다. 2018년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이번에는 대주주 적격성이 문제가 됐다.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더라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주요 법안으로 영업 정상화를 위해 절실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벽에 가로 막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소수 법사위원이 KT에 대한 특혜 논란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안건에 대해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야만 통과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여야 합의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혁신금융 서비스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이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특정 의원의 의견 때문에 법사위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케이뱅크는 플랜 B도 준비했다. 대주주를 교체하고 계열사를 통해 우회 증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KT 대신 대주주 역할을 할 계열사로는 비씨(BC)카드가 꼽히고 있다. BC카드는 KT가 지분 69.54%를 보유하고 있다. 비씨카드 외에도 KT에스테이트, KT디에스 등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부동산 개발·투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100% KT 소유 계열사다. KT에스테이트 자본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3912억 원 수준이다. 전산 시스템 구축,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업체인 KT디에스도 KT 지분율이 95.31%에 달한다.
한편,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의 길이 막히면서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대출 판매를 중단했고, 현재는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여신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85%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BIS 비율이 10.5% 밑으로 떨어진 은행은 배당 제한을 받는다. 8%를 밑돌면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경영개선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