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이달 열리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등 금융 사고가 잇달아 나타나면서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통과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출범 3년 만에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회생 여부도 이번 국회에 달려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맡은 정무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임시국회 일정을 시작한다.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금소법은 지난해 11월 상임위원회인 정무위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별다른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은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파는 모든 금융상품에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행위 금지 △부당 권유 금지 △허위·과장 광고 금지를 포함해 6개 판매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금융사에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한 제재를 부과한다.
대출성 상품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14일 등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위법한 행위로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체결일부터 5년 내 이를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 해지권’도 법안에 포함됐다.
금소법은 금융사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금융권별 법에 따라 제각각 규정돼 있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통일된 규제안이 생기는 셈이다. 또 그간 투자 피해의 고의·과실 여부를 금융 소비자가 입증해야 했는데, 금소법은 증명 책임을 금융사에 묻는다.
금소법은 18대 국회 때인 2011년 처음 발의됐다.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2011년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등으로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돼서다. 그러나 19·20대 국회에서 10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인의 투자 책임을 판매사 측에 지우거나 금융사에 부담을 줄 때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DLF 사태, 라임펀드 환매 중단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 여야에선 금소법에 대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역시 금소법 제정에 맞춰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금소법과 패키지로 묶인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일부 이견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사실상 케이뱅크의 운명이 결정된다. 케이뱅크의 사실상 주인인 KT는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돼 대주주 적격성을 통과하지 못했다. 대주주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신규 대출이 중단된 상황이다.
대다수 법사위원은 법 통과에 찬성하고 있지만, 채이배 의원 측이 특정 기업을 위한 법이 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법사위는 만장일치가 관례인 만큼 반대 목소리가 있으면 통과가 쉽지 않다.
이 밖에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담은 특금법 개정안도 정무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영업 신고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자금세탁방지(AML) 등에 대한 법적 규제안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