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9·30번째(노부부) 확진자를 두고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노부부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고, 아직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도 밝혀진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접촉자 가운데 확진자를 찾는 한편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17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서 “29번째 확진자는 38년생 한국인으로 현재까지 접촉자 114명을 확인해 자가격리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29번째 확진자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 날 부인도 30번째로 확진됐다.
중대본 조사 결과 29번째 확진자는 5일부터 기침과 가래 증상이 발생했고, 15일 가슴이 불편해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검사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격리되기 전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병원과 약국을 주로 방문했다. 다만 가장 많이 방문한 강북서울외과의원은 폐렴과 관계없는 기저 질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본부장은 “15일 전까지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없었고,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어 병원에서도 의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사례정의에 따라 의사 소견으로 코로나 진단 검사가 가능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정도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부인인 30번째 확진자가 동시에 감염이 됐는지, 29번째 확진자를 통해 감염됐는지와 함께 이들을 감염시킨 감염원과 접촉자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확진자 부부를 포함해 가족도 해외여행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확진자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만약 확진자와의 연결고리가 찾아지지 않을 경우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전파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매우 높아서 대량 감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 본부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에는 중동에서 들어온 1명이 병원을 통해 대량 감염시켰지만, 코로나19는 중국 등에서 들어온 많은 인원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노출이 더욱 큰 상황”이라며 “메르스는 증상이 악화되면서 전염력이 높아졌다면, 코로나19는 경증에서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파력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대본은 원인 불명 폐렴 등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게도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단검사를 적극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이르면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29·30번째 확진자들이 고대 안암병원을 비롯해 여러 병원을 방문했던 점을 고려해 병원 내 감염도 염두에 두고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