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깡통 펀드’ 속출 예상...개인투자자 손실 6000억 넘길 수도

입력 2020-02-16 10:14 수정 2020-04-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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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의 1차 평가 결과가 나오자 관련 펀드의 최종 손실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이중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미국 헤지펀드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되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라임 사태로 투자자 총 손실액이 1조 원 이상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도 6000억 원을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모자형 복잡한 구조, 금융당국 “펀드 부실 은폐 혐의 있어”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플루토 FI D-1호’(이하 플루토), ‘테티스 2호’(이하 테티스), ‘플루토 TF-1호’(이하 무역금융펀드),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이하 CI펀드) 등 4개다.

라임의 펀드들은 한 개의 모펀드에 여러 개의 자펀드가 연계된 모자형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4개 펀드에 투자한 자펀드는 총 173개(계좌 수 4616개)다.

이 가운데 피해가 가장 심각한 펀드는 무역금융펀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수탁고 2408억 원(개인투자자 1687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는 이 펀드가 투자한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손실이 2억 달러 이상으로 커지면 관련 자펀드 38개에서 전액 손실이 나게 된다.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진 데는 라임과 증권사의 펀드 부실 은폐 등 사기 혐의가 있었다고 금융당국은 진단하고 있다.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사용해 해외 무역금융펀드 5개에 투자했는데, 그중 2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에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작년 11월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와 펀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았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8년 6월께부터 IIG펀드가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았는데도 그해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한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 또 무역금융펀드의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IIG펀드와 다른 해외 펀드 3개를 합쳐 모자형 구조로 바꾸고 부실을 다른 정상 펀드로 전가했다.

작년 1월께는 IIG펀드 투자금의 절반가량이 날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다른 해외 무역금융펀드(BAF펀드)도 만기 6년의 폐쇄형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통보받자 투자 펀드를 싱가포르 소재 무역금융 중개회사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5억 달러의 약속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IIG 펀드가 공식 청산 단계에 들어가는 바람에 약속어음 가운데 1억 달러(한화 1183억 원)의 원금이 이미 삭감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 약속어음이 고정이자(5%)와 원금을 만기 3∼5년에 걸쳐 조금씩 수취하는 조건이어서 나머지 원금의 조기 회수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현재 회계 실사가 진행 중이지만 금감원은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자산이 해외 기업의 약속어음이어서 실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실사 완료 시점을 오는 3월 말로 예상했다.

라임과 함께 사기 혐의를 받는 신한금투는 무역금융펀드 관련 자펀드를 총 888억 원어치 팔았고,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무역금융펀드 관련 약속어음을 일부 자산으로 편입한 CI펀드를 2712억 원어치나 팔았다.

◇ 총 손실액 1조 원 넘을 수도…개인투자자 비중은 60%

라임은 환매 중단 모펀드 4개 가운데 2개인 플루토와 테티스의 순자산가치(NAV)가 작년 9월 말 대비 각각 4415억 원(손실률 49%), 709억 원(손실률 30%)가량 줄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2개 모펀드 자산가치에서 총 5100억 원가량을 손실 처리했다는 뜻이다.

이는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라임의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결과다.

그러나 2개 모펀드에 투자한 자펀드들의 개별 손실률은 더 높다. 증권사가 TRS 대출금을 먼저 회수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개 모펀드와 관련해 TRS가 걸려 있는 자펀드는 29개(4364억 원)다.

라임은 해당 자펀드들의 TRS 금액과 이로 인한 손실액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2개 모펀드를 100% 편입한 일부 자펀드들은 TRS 회수로 전액 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사가 진행 중인 무역금융펀드는 라임이 밝힌 예상 손실률이 50%이므로 최소 1200억 원가량을 손실액으로 봐야 한다.

또 CI 펀드(2464억 원)가 투자한 플루토와 무역금융펀드 관련 자산 손실분을 추정치(50% 손실 추정, 600억 원)로 반영하면 4개 모펀드의 총 손실액은 69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삼일회계법인의 회계 실사 결과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따지면 손실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장부가액 기준 플루토(1조2337억 원)와 테티스(2931억 원)의 자산 회수금액 최소치를 각각 6222억 원, 1692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손실률로 따지면 플루토가 49.6%, 테티스가 42.3%다.

이 손실률을 자펀드 수탁고 기준으로 적용하면 플루토 자펀드(1조91억 원) 가운데 5005억 원, 테티스 자펀드(3207억 원) 가운데 1357억 원이 손실로 잡혀 도합 손실액이 6362억 원이 된다.

여기에 무역금융펀드가 전액 손실을 본다고 가정하면 이 펀드 2400억 원과 CI펀드 내 무역금융펀드 자산 손실액(500억 원), 플루토 자산 손실분(50% 추정, 360억 원)을 더해 총 손실액이 9600억 원가량으로 불어난다.

CI 펀드의 경우 3개 모펀드 관련 자산 외에 다른 자산도 포함하고 있어 나머지 자산(1245억 원)의 회수 여부에 따라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무역금융펀드는 아직 실사가 진행 중이어서 손실액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라임 사태의 손실 규모와 펀드 운용상의 부실, 사기 혐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자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라임 펀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환매 중단 자펀드 설정액(1조6679억 원) 가운데 개인투자자 설정액(9941억 원) 비중은 60% 정도다.

개인투자자들은 플루토와 테티스에 각각 6041억 원, 2056억 원을 투자했다. 무역금융펀드에는 1687억 원, CI펀드에는 1727억 원을 넣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무역금융펀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69.2%로 가장 크고, 플루토(59.9%), 테티스(54.8%), CI(58.6%)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산술적으로 라임 펀드 손실액이 1조 원에 달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금액은 6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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