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대에 대한 대응에 쫓기는 중국 정부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만일 연기로 결정이 나면 중국의 의회격인 전인대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도 미뤄지게 된다. 중국은 매년 3월 3일 정협을, 이틀 뒤인 5일 전인대를 각각 개막했다. 이에 두 회의를 합쳐 ‘양회(兩會)로 부르고 있다. 정협과 전인대는 각각 최소 10일 이상 열린다.
전인대에서는 전국에서 온 약 3000명 대표가 모여 한해 주요 국가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특히 3월 5일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등 핵심 경제지표 목표가 발표돼 중국 경제의 앞날을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러 중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3월 하순에 전인대를 개최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으며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소식통들은 당국이 전염병이 언제 절정에 도달할지를 판단해 가까운 시일 내 양회 일정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공산당 관계자는 “계획대로 회의를 개최하기가 어렵다”며 “날짜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게도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양회 이전에 열려야 할 지방 차원의 회의도 광둥성과 칭다오 등 주요 지역에서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한은 인구가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주요 비즈니스 및 교통 허브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교통이 봉쇄된 것은 물론 당국은 주민이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 환자는 현재 6만 명을 돌파했다.
양회는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개최됐으며 1998년 이후로는 3월 초 개막이라는 일정이 굳어졌다. 심지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에도 양회는 열렸다. 만일 연기되면 이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부담에도 중국 정부는 지방 각지에서 수천 명이 넘는 당원과 관리들이 집결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월 일본 국빈방문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교도통신은 시 주석의 방일을 앞두고 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했던 예비 회동이 취소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