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당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 제3의 길을 언급하는 등 무소속 출마를 비롯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의 1심 판결문에는 성추행 의혹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나와 있지만,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미투', '부동산'에 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만큼 당의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봉주 전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통하고 서러워서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라는 정무적 판단 아래 감정 처벌을 단행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탈락 결정을 승복했냐는 질문에는 “양날의 칼”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제3의 길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준비해 온 정봉주 전 의원은 2018년 성추행 의혹 보도로 복당 불허 결정을 받은 뒤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난 후 입당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은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관위의 결론이었다.
영입 인재 2호였던 원종건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또다시 비슷한 논란에 휘말릴 경우 정치적 회복이 어렵다는 게 당의 중론이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당이 '미투' 리스크를 안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법원의 판결은 그저 유죄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뜻"이라며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며 그 판결마저 2심과 3심에서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관위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판정을 두차례 보류했다. 앞서 자진 사퇴 형식을 빌어 불출마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정 전 의원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공관위 결과가 나오기 전 이해찬 당 대표까지 나서 정봉주 전 의원과 직접 면담을 가지는 등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자, 결국 당이 나서 직접 칼을 휘둘러 읍참마속했다. 이 결정에 정봉주 전 의원은 완전히 승복하진 않은 셈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정무적 판단 아래 '감정처벌'을 단행한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의 후속조치를 보며 그에 상응하는 액션플랜을 할 것"이라면서 정치적 대응도 예고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은 명예훼손·무고 등 혐의에 대한 재판 1심에서 지난해 10월 무죄 판결을 받고,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다.